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인물포커스

  • 시민기자
  • 인물포커스
포천의 자랑, ‘풀피리 명인’
경기문화재단 출간서 <외길인생과 직업>에 실리다

시민기자 최순자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센터에서 <<외길인생과 직업>>을 출간했다(2022. 12. 16). 경기도 도민(2022년 10월 현재, 약 1천4백만 명) 중 평생 외길을 걸어온 22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집이다. 연구자(최순자)는 ‘풀피리 명인 오세철’ 선생을 선정하여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등을 밝힌 신청서를 제출했다. 엄격한 심사를 통과하여, 포천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풀피리 명인’을 인터뷰한 결과물이 나왔다.

ⓒ시민기자 최순자

경기학센터는 우리나라 역사⸱문화적 보편성 속에서 경기도의 특수성을 탐색하는 지역적 관점을 정립하고, 지역민의 삶과 지역문화를 접속 ‧ 융합해 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연구와 출간 취지는 ‘지역학과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연구자의 적극적 참여를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또 중앙에 밀려 변방으로 치부되었던 지역에 중심성을 부여하고, 현시대의 삶과 문화를 고찰하는 생활 밀착형 연구를 위함이기도 했다.

ⓒ시민기자 최순자

풀피리 명인 오세철 선생님이 가장 애창하는 곡은 ‘한탄강 아리랑’이다. 여울이 감도는 한탄강 화적연을 지척에 둔 전수장으로 청포도 익어가는 지난해 7월에 선생을 찾아뵀다. 선생님은 연구자가 앉자마자 사모님께 풀잎 몇 장을 따오라고 하셨다. 사모님은 풀피리 명인 아내답게 민초(民草)를 연상하게 했다. 명인이 군 제대 후 선보고 나서 곧바로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줄 요량으로 실을 가져가게 한, 사모님은 편안한 얼굴로 밖에서 따온 잎사귀가 든 접시를 살포시 선생님 앞에 내려놓았다.

선생은 즉석에서 자연의 소리, 풀피리 소리를 들려주셨다. 한 곡조는 바람소리, 새소리 인양 태고의 생명으로 넘실거렸다.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듯 방문객을 매혹 시켰다. 다른 한 곡조는 사랑하는 임을 강 건너로 떠나보내고, 아니 만나야 할 이별가 인양 애간장이 녹을 듯한 애절함이 가슴을 후벼팠다.

ⓒ시민기자 최순자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세상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것은 기록을 남기고, 그 기록으로 후대가 문명을 발달시켜왔기에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했다. 이와 같은 생각으로 선대의 개인 역사를 후대에 남겨주는 기록 남기기에 관심 많아 지원한 <2022년 경기 지역학 활성화 하반기 사업> 취지를 말씀드리고 승낙 받았다.

ⓒ시민기자 최순자

그로부터 약 한 달 뒤로 산이 강으로 내려오는 8월에 다시 뵈었다. 선생님은 이른 시간임에도 약속 시간에 정확하게 맞춰 인터뷰할 장소인 연구자의 연구소(공명재⸱共鳴齋)로 오셨다. 명인의 구술은 때로는 스스로 제 흥에 겨워 춤을 추는 코스모스처럼 신명 나서 하늘거렸고, 때로는 시원한 깊은 샘물을 토속의 표주박으로 길어 올리듯 했다. 하얀 백발에 연보라와 쪽빛의 정갈한 한복 차림으로 꼿꼿이 앉아 인터뷰 끝까지 자세와 눈빛의 흐트러짐 없이 하루 내내 풀피리 명인으로 살아온 삶의 궤적을 풀어 주셨다. 육신인 풀피리 인생 60여 년 삶의 내공을 알아보기에 충분했다.

ⓒ시민기자 최순자

종일 인터뷰를 마치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 나가시는 자태도 당신이 노래한 화적연의 등불 같았다. “가서 저녁 먹고 연습해야죠.”라며 떠나는 노 명창의 뒷모습은 가장 좋아한다는 무서리 맞아 쫀득쫀득한 개복숭아 잎의 풀피리 울림으로 다가왔다.

ⓒ시민기자 최순자

백범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 중 ‘나의 소원’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생략)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생략)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풀피리 명인 오세철 선생님도 백범 선생과 꼭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선거 때만 되면, 문화가 국력이다.”라는 세상 외침 때문에 TV 안 본 지 오래됐다며 인터뷰를 맺는다.

ⓒ시민기자 최순자

오세철 명인이 60여 년간 지난하게, 왜 그토록 풀피리에 천착하는 삶을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역사와 인간발달학 학문적 배경을 가진 연구자 눈에는 명인이 풀피리 인생을 살아가는 연유로 다음 내용이 보였다(출처: 경기학센터 <외길인생과 직업>.

“어느 때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없고요. 아버지 친구분들, 돌아가신 분들이 선소리라든가, 지금은 가라오케도 있고 노래방도 있고 그러지만, 옛날엔 그게 없었잖아요. 잔칫날 그냥 육성으로 소리 하시는데 기가 막힌 거예요.”

“아버님이 소리를 잘하셨어요. 목청이 무척 좋으셔서 철원 일대에서는 명창이라고 불렸어요. 철원의 경기 강원도 무형문화재 7호가 상노 지경 다지기입니다. 집 지을을 때 흙 다지는 거예요. 거기서 아버지가 상쇠를 치셔서 그 무형문화재가 지정이 된 거예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 갔다 오면 책상머리에 앉아서 공부해야 하는데 생물, 생태에 그렇게 관심이 많았어요. 할미새가 어떻게 둥지를 짓고 몇 알을 낳는가? 할미새는 약간 무너진 굴을 파면 이렇게 둥질 틀어요. 커서는 휘파람새, 공작 등 열다섯 종류를 다 키웠어요.”

“중학교 1학년 때 연천 친척 집에 갔는데, 옆집에서 연세가 팔십이신 분이 턱수염도 덥수룩하게 하고 툇마루에 걸터앉으셔서 아카시아 잎을 물고 부시는 거예요. 창부타령을 부시는데 기가 막힌 거예요.”

“고기를 잡아 끓여서 먹고 하다 보면 달이 이렇게 기울어지고 그 달빛이 한탄강 절벽, 주상절리라고 그러죠. 그 주상절리에 쫙 비치면 그게 진짜 기가 막힙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아끼는 가사 중 4절에 ‘한탄강 부딪혀서 화적연을 감돌고 벽 가리봉에 걸린 달,  기암절벽의 등불일세.’라고 넣었어요.”

ⓒ시민기자 최순자

기자는 오세철 명인의 생각, 감정, 언어를 가능하면 그대로 전달하는 게 후대에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에 인터뷰 내용 각색을 가급적 피했다. 명인의 사투리조차 풀피리 여운으로 다가와 손대기가 감히 조심스러웠다. 대신 시대의 흐름에 따른 편집과 한눈에 명인의 삶의 편린을 파악할 수 있도록 소제목 표기를 고심하며, ‘풀피리 명인 오세철’ 선생의 삶을 세상 사람들과 공명(共鳴) 하고자 했다.

ⓒ시민기자 최순자

오세철 명인이 풀피리 인생을 살아감은 그의 내면에 선조 대부터 면면히 흐르는 정신적 자양분과 그의 육신을 감싸는 생태학적 환경이라 보인다. 한 마디로 포천의 자랑, 풀피리 명인 오세철 선생은 ‘하늘이 내린 명인’이다.

 

OPEN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제4유형:출처표시+상업적 이용금지+변경금지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제 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목록보기
만족도 조사
이 페이지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평가 7명 / 평균 4.6
의견글 작성
의견글을 작성해 주세요.
최대 500자 / 현재 0자
  • 계산하여 답을 쓰세요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 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할 수 있습니다.
뒤로가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