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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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길로 올라섰다. 우람하진 않지만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붉은색 열매가 나무의 곳곳에 매달려 있는데 그 옆에는 검은색도 보인다. 흔하게 보던 것이 아니라서 동행한 아내에게 물었다. “가지마다 달린 저것이 무엇이지?” "벚나무 열매잖아!" 한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음~ 둘이 걸어요.

▲검은색 열매의 버찌ⓒ시민기자 서상경
검은 열매를 따서 맛을 보았다. 대부분의 열매들은 익으면 맛이 달지만 이 열매는 쓰고 시다.대표적으로 6월에 만나는 오디가 그렇다. 그런데 버찌는 생각보다 맛이 없다. 아주 농익어서 떨어지기 직전이면 조금 낫긴 하지만, 아직 덜 익어서 그런가 했더니 원래 그렇단다.
그러니 산책로의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도 누구 하나 관심 가지는 이가 없다.맛이 없으니 지나가다가도 쳐다보지 않는다. 그러면 이런 나무는 왜 심는 것일까? 열매를 수확해서 시장에 내다 팔 정도는 아니고 쉬이 물러서 유통 포장도 어렵다고 하는데 말이다.국은 꽃이 이뻐서 심는 나무였던가 보다.
그래도 마트에서 파는 체리는 먹을 만하지 않은가. 벚나무 열매를 영어로는 체리라고 한다.서양 버찌다. 버찌나무를 크고 단 열매가 열리도록 개량했다고 한다.물론 우리나라 버찌나무와 종이 다르기 때문에 달리는 열매도 다를 것이다. 우리나라 버찌나무는 열매가 버찌라서 그냥 버찌나무로 부르지만 사실은 왕벚나무다.▲버찌나무의 작은 열매ⓒ시민기자 서상경
꽃은 누구나 좋아할 정도로 화려하게 피지만 열매는 거들떠보지 않는 나무. 그래서 벚나무 아래에 가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버찌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꽃도 이쁘고 열매도 맛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세상일이라는 것이 모두 완벽할 수는 없나 보다.
벚나무의 종류는 왕벚나무, 산벚나무, 올벚나무, 개벚나무, 겹벚나무 등 다양하다지만 나는 나무의 문외한이라서 이런 벚나무 종류를 굳이 구분하며 살고 있지는 않다. 먹을거리가 귀했던 시절에는 들쩍지근한 버찌도 농촌에서는 인기 있는 주전부리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도 버찌를 따먹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래서 오늘 만난 버찌가 무척 생소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비가 내린다. 오메~ 무슨 일이래. 지나가던 구름이 참지 못하고 기어코 비를 뿌리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해가 나와서 내리쬐고 있는데 그 위에 비가 내리니 이를 두고 호랑이 장가간다고 했다. 또는 여우비라 하기도 한다. 입에는 버찌로 인하여 쓴맛이 나고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비는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버찌나무 열매가 체리라는 말은 나중에 사전을 찾아보고 나서야 알았다. 우리 버찌나무도 맛있는 체리가 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양의 체리가 부러운 생각이 든다. 개량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없나 보다. 아니면 지금도 연구 중이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