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을 가로 지르는 많은 도로 중에 아주 많이 이용되지만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덜해 보이는 길이 있다. 바로 87번 국도가 그것이다. 2001년에 새로 신설된 비교적 나이 어린 이 국도는 철원과 포천을 잇는 도로로 총 연장이 80km에 불과한 짧은 국도이다. 하지만 이 길은 포천의 가장 중요한 도로 중에 하나인 43번 국도의 유일한 우회도로로 사실 도로 규모에 비하여 차량의 이용량이 엄청 많았던 국도이다. 중간 중간 지방도로와 중복되면서 연장되는 이 국도는 포천에 들어오면서, 특히 용정사거리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차량의 이용이 많은 도로이다.
이 길이 국도라고는 하지만 굴곡도 심하고 편도1차선의 비좁은 도로로 차량의 이용이 많은 용정사거리에서 가산까지의 구간에 대한 시민들의 확장 요구가 비등점에 이르렀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아마도 십여 년 전부터 이 도로는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굉장히 공사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거의 표류하는 것 같던 87번 국도는 이제 비로소 쭉 뻗은 국도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이 길을 자주 이용했었지만 최근 1년 사이에 무척이나 공사 진행이 빨라진 모습이었다. 그간 국도의 확장이나 신설은 기초자치단체의 소관이 아니라 국도관리사무소에서 관장하는 까닭에 공사가 지연된다고 해서 그 불편을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히 없었다. 지난 주말 꽤나 오랫동안 공사를 진행해 오던 터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우연히 이 길을 갔다가 공사 진행이 많이 된 것을 보고 무척 고무가 되었다.
43번 국도는 평일이고 휴일이고 이미 도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이다. 얼마나 막히는지 주변 지선들도 장난이 아니게 밀리게 된다. 그 여파가 그대로 선단동이나 송우리에 전달되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도로를 꽉 메운 차량과 끝도 없이 이어지는 차량 후미등의 빨간 물결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한숨이 나왔다. 지역 주민으로서 휴일에 나들이를 했다가 그나마 집에 빨리 가기 위해 종종 87번 국도를 이용했었다. 그래도 이 길로 가면 43번 선을 이용하는 것보다 나았지만 불편하기는 비슷했다.
그런데 이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87번 국도의 널찍한 변신은 무척이나 신나고 즐거운 일이다. 말 그대로 신작로 같은 이 도로를 타고 용정사거리까지 가노라면 그 드라이빙의 묘미가 남다르다. 물론 아직은 도로공사가 완공되지 않아서 군데군데 공사를 하고 있는 위험요소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정말 기쁘기 그지없다. 이제 이 도로의 확장이 완공되면 아마도 43번선의 훌륭한 우회도로가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오늘 다녀온 87번국도 확장공사의 마무리가 더 기다려진다.
시민기자 이정식(jefflee20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