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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하라’는 하늘의 메시지
산 개발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비가 무섭게 내린다. ‘내렸다’는 과거형을 쓰고 싶지만, 여전히 비가 내리고 주말까지 비 예보가 있기에 그럴 수 없다. 해를 본 게 언제인가. 예전 장마는 비가 오는 중에도 해가 떴다. ‘여우비’라고도 하고, ‘호랑이 장가간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열흘 전 시작한 비는 거의 쉬지 않고 지금까지 내린다. 기후의 변화로 봄과 가을이 짧아진 것처럼, 여름철 장마의 성격이 바뀐 것은 아닌가 심히 걱정된다.

집 뒤에 쌓아놓은 돌 축대가 무너졌다. 며칠 동안 내린 비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돌이 50센티미터 가량 내려오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육중한 돌을 밀어낸 물의 힘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축대를 쌓고 그 위에서 뛰어도 조금의 미동도 없던 큰 돌이다. 그런데 그 돌들이 밀려갈 정도면 물의 힘이 얼마나 세다는 것인가. 나는 알지 못 하고, 알고 싶지도 않다.

축대 앞에 물길을 내는데 생각나는 곳이 있었다. 인근 산 개발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관인에서 중리로 오는 길에 남창고개가 있는데, 남창고개를 내려오다 보면 왼쪽에 보이는 산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산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얼마나 할까 싶었는데 산의 중간까지 올라갔다. 당황스러웠다. 산에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화도 났다. 산에 저래도 되는 것일까? 나중에는 걱정이 됐다. 저거 무사할까?


장마철이면 산사태 보도가 끊이지 않는다. 사람이 죽고, 집이 무너지고, 길이 훼손된다. 한반도에 비가 점점 많이 오고 있다. 포천도 뉴스에 이름을 심심치 않게 올린다. 1백년에 한 번 넘친다는 늘거리 한탄강 영로교가 이번 비에 넘쳤다. 강수량 증가 추이를 보면 앞으로 지금과 같은 비가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오히려 더 많이 올 확률이 높다. 그런데 산을 저렇게 파헤쳐 놓으면 아무 일 없을까? 더 큰 문제는 산이 파헤쳐지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산 개발은 신중해야 한다. 무분별하게 훼손되지는 않는지, 후손에게 조각나고 볼품없는 산만을 물려주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사람이 산을 해치듯 산이 사람을 해치지는 않는지…. 자연을 만나러 포천에 와서 개발의 현장을 보고 얼굴 찌푸리고 갈 방문객들을 생각해야 한다. 자연(自然), 있는 그대로가 좋지 않은가? 지나치게 많이 내린 비를 원망하지 말고, 우리의 모습이 지나치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이번 비는 ‘적당히 하라.’는 하늘의 메시지이다.

시민기자 안효원(mmb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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