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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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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빚을 내서 뭔가를 사면 안 되는 시기가 되었다.

시민기자 이정식

 

ⓒ시민기자 이정식

지난 7일 제롬 파월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미국 국민들에게 당분간 집을 사지 말라는 경고성 발언을 했다. 그동안 연준 의장이 이자 상승에 따른 경기 하락을 조심하라는 발언을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직접적 경고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앞으로 미국의 금리는 추가적 인상이 분명할 것으로 보인다.

온 세계가 파월 의장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할 정도로 자인언트 스텝을 밟고 있는 미국의 금리 인상은 큰 이슈가 되었다. 그렇다면 미국의 금리 인상은 왜 이렇게 급하게 이루어지게 되었으며, 우리나라 경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그동안 미국의 금리는 제로 금리, 즉 0%에 가깝게 운용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급격한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금리를 낮추고,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이를 극복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그랬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여행, 관광, 무역 등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게 되었고,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산업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경제 주체들은 치명상을 입게 되었다.

시장경제의 급격한 하강은 향후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돈을 풀어 수혈하는 방식으로 경제가 돌아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풀린 유동성이 시중에 넘치게 되자 자연스럽게 자산가치가 오르고 돈의 값어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금, 주식, 원자재 등 주요 자산들의 가격은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은 일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월급쟁이 같은 근로자들의 임금이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즉, 가처분소득이 감소한다. 이 경우 근로자들의 소비는 줄어들게 되고, 그만큼 시장에서 물건은 잘 팔리지 않는다.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은 재고가 쌓이고, 매출 감소로 수익이 악화된다. 일하는 근로자들에게 줄 돈이 줄게 되니 해고를 하거나 임금을 삭감하게 되고, 근로자들의 가처분소득은 또 줄어들고, 공장물건은 더 안 팔리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금융정책 당국은 그 어떤 사태보다 인플레이션을 가장 두려워했다. 미국의 대공황 때도 그랬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인플레이션 공포 때문에 정책당국은 고강도 이자 정책을 사용했다. 만일 지금 물가를 잡지 못한다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공포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자 정책은 매우 직접적으로 시장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당장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이 내야 하는 이자 부담이 늘고, 추가적인 투자를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던 기업들도 이자가 부담되어 투자를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조금 더 안을 들여다보면 환율이 오르고, 주식과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시중에 유동성은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바로 여기서 미국의 이자율이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게 된다.

투자자들이 생각할 때 더 안전하고 호감이 가는 금융자산은 우리나라의 원화가 아니라 미국의 달러이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우리나라에서 돈을 빼서 미국의 은행에 예치한다. 더 안전하고 더 많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IMF 사태의 시작이었다. 따라서 급격히 외화보유고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그나마 빠져나가는 외화를 잡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이와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이자도 오르고, 신용대출 이자도 오른다. 국채를 비롯한 각종 채권들의 가격도 하락한다. 원론적으로 금리 인상으로 돈의 흐름이 줄어 시장경제 위축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렇게 이자 정책은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잘 사용하지 않지만 인플레이션이라는 너무나 큰 적이 앞에 있기 때문에 고충을 각오하고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금융정책 당국의 금리정책이 고강도로 이루어질 경우 급격한 경기침체와 함께 엄청난 시장경제 혼란을 가져왔다. 사실 정부도 오르는 물가 앞에 이렇다 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금리 인상이나 채권의 회수 같은 시장에 반강제적 정책을 사용하고도 물가를 잡지 못할 경우 더 큰 파국이 올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20세기 초 대공황이나 2008년 미국의 모기지 사태에서 보았다. 가깝게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도 금리정책을 고강도로 펼치다 발생한 것이다.

그렇지만 칼자루를 잡은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의 고충보다는 자국의 인플레이션만은 꼭 잡겠다는 자세다. 지금 당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거나 팬데믹 이전 상태로 경제가 돌아가거나 인플레이션 없이 그동안 풀린 돈들이 순조롭게 중앙은행으로 들어가게 되기를 바라야 하는데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래서 파월 미국 연준 이사장의 경고가 다시 한번 힘을 받는다. 지금은 집을 살 때가 아니라는 말은 지금 빚을 내면 안 된다는 말이다. 주식도, 금도, 땅도 빚을 내서 사면 안 된다. 그리고 소비도 줄여야 한다. 이젠 내가 가지고 있는 현금, 즉 유동성밖에 믿을 수 있는 것이 없다. 내 손이 허전하다는 것은 언제든 경제 위기 상황에서 아무런 보호장구도 없이 싸움터에 던져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번 금리 인상이 또 다른 경제 위기를 불러오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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