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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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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키워서 얻은 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엇입니까?
가짜 허브 전문가의 솔직한 대답

“식물을 키워서 얻은 것과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엇입니까?”

얼마 전, 4학년 꼬맹이들이 와서 인터뷰를 하고 갔다. 다양한 직업을 찾아 궁금한 질문을 해보는 과제라는데, 교실에서 다양한 화초를 기르는 나를 허브 전문가로 여겨 찾아온 것이다. 어수룩한 꼬맹이들은 가짜 허브 전문가를 찾아왔지만, 진짜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나는 “식물을 키워서 일기 예보가 알려주지 않는 나만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느끼게 되었어요. 봄날이 오기 전의 봄. 봄이 갈락말락 하는 그 사이의 봄. 이런 것들을 더 잘 느끼게 되었어요. 남들이 알려주지 않아도 내가 아는 봄이 참 많아졌어요.”라고 답했다.

ⓒ포천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열심히 얘기해주었다. 사실 식물을 많이 키우게 된 건 괴로워서였다. 눈을 감아도 괴롭고, 눈을 떠도 괴로워서 식물을 많이 키우게 됐다. 외로워서 그토록 많은 식물을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황폐해지고 피폐해져서 믿을 거라곤 말 못 하는 식물밖에 없어서 그랬나 보다.

때로는 사랑도 상처가 됐다. 강아지가 나를 보고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것조차 마음이 아팠다. 개한테 받는 사랑도 나에겐 사치라고 생각되던 스스로 한없이 작아졌던 때도 있었다.

나는 이상하게 식물 키우는 사람에게서 나와 같은 냄새를 맡았다. 그 사람이 키우는 꽃이 화려하고 예쁠수록. 키우기 힘든 꽃과 허브, 나무를 키우는 사람일수록. 그 사람만 생각하면 마음이 시렸다.

아픔에도 비린내가 있다면, (내가 보는) 식물 키우는 사람에게선 결핍이 주는 슬픈 비린내가 났다. 슬픈 사람이 꽃을 키우고 있었다. 화려하고 예쁘고 정말 멋있게. 한없이 슬퍼 보였을까? 나도? 솔직히 예전 같았으면 슬퍼 보이는 내가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랐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픔에도 순서가 있고, 고통에도 때가 있으며, 고난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는 것을 안다. 나에게 주어진 모든 즐거움과 고통, 결핍이 하나의 과정인 것을 안다.   찌질한 나를 발견한 것도 기쁘고, 결핍에 시달리는 나를 더 잘 알게 된 것도 기쁘다. 식물을 키우면서 알게 된 이 감정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서 좋다.

“식물을 키워서 얻은 건,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엇입니까?”

지금 다시 묻는다면, “기쁨이요.”라고 수줍게 말하고 싶다.

시민기자 함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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