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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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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는 춘천이 원조 맞나?
모처럼 부모님과 점심을 먹기 위해 본가가 있는 의정부로 향했다. 몇 주 전부터 벼르던 식사였기에 제대로 된 한정식집이나 스테이크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어머니는 육고기를 좋아하셨기 때문에 아마 좀 값이 나가는 근사한 집에 가면 흡족해 하실 것 같았다. 우리가 가기 몇 시간 전부터 집 앞에서 기다리시던 부모님을 차에 태운 후 "자~ 이제 어디로 모실까요?" 했더니 의외로 흔한 닭갈비집으로 가자고 하셨다. "아니 왜 고기가 드시고 싶으면 소갈비나 등심을 파는 곳으로 가시죠?"라고 했지만 두 분은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닭갈비와 막국수가 드시고 싶단다.


사실 닭갈비를 무시해서는 아니지만 이 메뉴는 저녁에 한 잔 술과 함께 먹는 안주와 더 가까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닭갈비집에는 어디나 막국수를 팔지만 어디 전문점의 그것과 같겠는가? 하지만 이미 마음을 정하신 두 분의 의지를 꺾을 수 없어 가까운 닭갈비집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마음이 좀 그랬다. 하지만 뭐 어쩌랴 이렇게 두 분 다 원하시는 것을... 우리는 닭갈비집에 도착해서 너무나 익숙한 닭갈비와 막국수를 주문했다. 나는 지난주에도 먹었던 그 음식과 다시 마주 앉은 셈이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도 미련이 진하게 남았다. 애초에 어디로 가지고 의향을 묻지 말고 근사한 곳을 예약했다고 하면서 맘대로 갔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입안에 달달하고 부드러운 닭고기를 넣으니 그런대로 먹을 만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의 고향은 춘천이다. 아버지도 거기서 사범학교를 나오셨다. 결국 두 분은  닭갈비의 고장인 춘천이 고향인 셈이다. "어릴 적에도 이 닭갈비 드셔 보셨어요?"하고 어머니께 여쭈어 보았다. 하지만 어릴 적은 물론 커서도 춘천에서 이 음식을 드신 적이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시 "그럼 막국수는요?" 하고 물었더니 두 분 다 막국수는 어릴 적부터 먹던 음식이라 하셨다. 춘천 명동에서 30년 전통의 닭갈비라는 간판을 봤다고 했더니 아버지께서는 " 30년 전통이라고 해봤자 내가 어릴 적은 아니지..."라고 하셨다. 그렇지 아버지의 연세를 생각하면 한 60년 전통이라고 해야 드셔보셨을 법한 음식이 되겠지...

춘천이 고향인 부모님이 잘 모르는 원조 닭갈비와 막국수는 나와 같은 아들 대에 더 익숙한 음식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이날 두 분 다 어찌나 잘 드시던지... 값나가는 어떤 식당에서 보다도 많이 드셨다. 그래서 참 고마웠다. 그러면 되는 거다. 지금 이 음식이 원조가 어딘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먹고 행복하면 되는 거다.

메르스 때문인지 한산한 식당에서 두 분 부모님이 왕성하게 잘 드시는 모습을 보니 닭갈비는 춘천이 원조가 맞는가 보다. 두 분의 고향의 맛이라 아마도 이렇게 식욕을 돋우는지 모르겠다. 이젠 나에게도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지는 춘천에 가서 닭갈비에게 고마움을 표해야겠다.

시민기자 이정식(jefflee20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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