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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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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타기가 너무 무서웠었다.

이제 비행기는 시외버스처럼 너무나 대중적인 교통수단이 되었다. 처음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이놈의 비행기가 너무 타기 싫어졌다.

처음 국제선 비행기를 탄 것은 2003년 인도네시아를 갈 때 였다. 7시간 가까이 되는 다소 먼 여행길이었지만 그렇게 힘들다거나 무섭거나 한 기억이 없다. 비행중 맥주도 마시고 영화도 보고 낮잠도 자고 비교적 편안하게 갔던 것 같다.

그런데 2005년 즈음 중국 출장이 잦아지면서 비행기 타는 것은 너무 무섭고 싫어지기 시작했다.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데 비행 공포증은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에게 흔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왜 이런 비행공포증이 내게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베트남 국내 항공기를 탔을 때 난기류가 하도 심해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복도에서 넘어 진적이 있었다. 아마도 그 무렵부터 인거 같다. 비행기가 날아가는 그 엄청난 속도로 땅에 쳐 박히면 내 몸은 가루도 안 남겠지 하는 걱정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확률적으로 보면 난기류 때문에 비행기가 추락한 예는 거의 없다고들 하지만, 마치 난기류가 내가 탄 비행기를 추락시킬 것만 같고, 그렇게 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죽음만 기다려야 하는구나 하는 이상한 무력감이 들었다. 


이런 현상은 마치 오토바이를 탈 때 본인이 앞에서 운전하면 무서운 줄 모르고 스피드를 즐길 수 있지만 뒤에 앉은 사람은 즐기기 보다는 두려움에 떠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즉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 무섭거나 걱정이 되지 않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을 무력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나도 모르게 겁이 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뭐라 불러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놀이기구를 탈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어 아주 싫어한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나도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사실에 왠지 더 무서운 느낌이 든다.
 


심지어 이제는 차에서도 현기증 비슷한 경험을 한다. 이 사람이 과연 운전을 안전하게 잘 할까 싶은 생각이 들면 그 느낌이 참 고약하다. 


아내는 나의 이런 마음을 이해는 하지만 괜한 걱정이라며 그냥 마음을 놓으라고 한다. 그런데 그게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나? 


그러다 우연히 날이 흐려 기류가 더 안 좋던 날, 저가항공 비행기를 타고 손에 땀을 쥐며 날아가고 있을 때 그저 마음이라도 달래려 본 칼 융의 책에서 이런 내용을 보았다.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의 90% 이상은 질병이 없거나 다른 질병을 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환자는 의사가 별 일 아니라는 진단을 내리면 그 즉시 증세가 사라지곤 한단다. 즉 긴장과 두려움에 휩싸이면 자신을 컨트롤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즉, 마음의 안정이 몸을 지배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공포와 심리적인 압박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일 가능성이 높다. 참 이상하게도 그 내용을 읽는 순간 갑자기 비행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확 줄어들었다. 아직도 내가 타고 있는 이 작은 비행기는 쿨럭 거리며 난기류 속에서 헤매고 있는데 슬슬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참 희한한 경험이었다. 물론 지금도 비행기를 아주 편안하게 타진 못한다. 하지만 예전보단 확실히 공포심이 줄었다. 마음이 몸을 지배한다는 말은 맞는가 보다. 예전의 우리 선조들도 정신을 바짝 차리면 못할 일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 내게 그런 마음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듯하다.


시민기자 이정식( jefflee2009@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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