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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가는 길
내촌에서 이동까지 47번국도 답사기
시민기자 서상경

포천시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2개의 국도가 있다. 하나는 축석령에서 포천읍을 경유하여 신철원으로 향하는 43번국도이고 또 다른 하나는 퇴계원에서 내촌면-일동면-이동면을 지나 철원 와수리로 이어지는 47번국도다. 전자는 조선시대 9대로의 하나인 경흥로로 이미 답사한 바 있고 이제는 47번국도 걷기에 나선다. 시작은 포천시와 남양주시의 경계 내촌면 음현리다.

음현(陰峴)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포천시 지명유래에 의하면 내촌중학교 맞은편의 음고개 아래쪽에 있으므로 불린 이름이라고 한다. 음고개의 서쪽에는 둔터마을이 있는데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같은 전쟁이 있었을 때 군대가 주둔했다고 하여 유래했다. 또 다른 유래도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함흥에서 돌아올 때 진을 치고 잠은 여덟뱀이에서 잤으므로 이곳은 둔터가 되고 여덟뱀이는 오늘날 팔야리가 되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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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번국도  ⓒ시민기자 서상경

오늘날 47번국도는 내촌면까지 도로를 확장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기존의 4차선 도로를 6차선으로 바꾸고 있다. 내촌면 소재지를 지나면서부터는 좁은 협곡을 통과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왼쪽은 한북정맥 죽엽산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한북정맥에서 가지를 친 천마지맥이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오래전부터 수도권의 스키 관광지 베이스타운이 자리를 잡았다. 이국적인 풍경의 리조트가 있고 흰 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스키를 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발걸음은 소학리로 이어진다. 사방은 높은 산이 둘러싸고 산림이 울창하여 학이 많이 모여들어 서식했으므로 유래된 이름 소학리. 이곳에 효대박 마을이 있다. 옛날 이곳에 효자 한 사람이 부모님에게 대나무 지팡이를 해드리고 싶었다. 그의 애타는 마음으로 꿈속에서 대나무를 보았고 다음 날 과연 꿈속에서 보았던 대나무를 찾아 부모님께 지팡이를 해드릴 수 있었다. 이 소문이 퍼져 나라에서 표창하였으니 이후부터 이 마을은 효대박마을이 되었다 한다.

2▲소학리 효죽마을 표석  ⓒ시민기자 서상경

두 산줄기 사이의 협곡은 신팔리에서 한북정맥 화현고개를 만나면서 내리막으로 바뀐다. 오른쪽은 운악산이고 왼쪽은 화현면이다. 경기의 금강이라 불리는 산세와 기암괴석, 계곡이 잘 어우러진 운악산은 그 높이만도 935m에 달해 초보 등산객은 제법 땀을 쏟아야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가을의 단풍이나 겨울의 설경은 보기 드문 즐거움을 선사하는 산행지로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주말이라 운악산 휴게소 주차장에 자동차가 가득하다.

3▲꼬불꼬불한 옛길  ⓒ시민기자 서상경

우리나라의 옛 국도는 자연 지형을 따라가는 꼬불꼬불한 길이었다. 그래서 여행자에게는 운치 있는 길이었다. 하지만 생업을 목적으로 달리는 자동차들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피곤한 길이었기 때문일까. 언제부터인가 국도는 고속국도로 바뀌기 시작했다.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는 교차로를 만들고 도로는 거의 직선으로 변했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들은 새로 생긴 직선의 도로를 이용하게 되어 옛 국도는 무척 한산해졌다.

신팔리의 서파교차로에서 시작된 47번국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새로 생긴 국도로 인하여 지역경제가 붕괴되었다는 것이다. 화현면에서 일동면으로 북진하는 이곳은 옛 국도를 따라 주말이면 수도권에서 몰려든 갈비 손님들이 북적이던 동네였지만 도로변의 주유소, 식당 등은 문을 닫은 곳이 많다. 4차선 국도는 교통의 편리함을 주었지만, 그 대신 시골 자영업 붕괴, 마을간 분리로 지역 커뮤니티 해체, 노인교통사고 등의 부작용을 낳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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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의 장독대  ⓒ시민기자 서상경

일동면 유동리를 지나간다. 버드나무가 많았던가 보다. 버들골이 한자로 표현되니 유동(柳洞)이다. 아까 버스정류장에서 춘천 가신다는 할머니 생각이 났다. 15분 정도 기다리면 버스가 지나갈 것이라 했는데 그곳에서 30분을 걸었지만 지나가는 버스가 없었다. 혹 할머니가 시간을 잘못 알고 계신 것은 아닐까. 아니면 버스는 새로 난 47번국도로 올라가 버린 것은 아닐까.

그런 걱정을 안고 일동시내를 지나간다. 주말이면 인근의 국망봉, 강씨봉, 청계산을 등산한 산행객들이 목욕으로 피로를 풀고 돌아가는 온천지역이 이곳에 있다. 비누로 칠하지 않아도 온천욕을 마치고 나면 몸에 뭔가 미끈한 기분이 남는 것은 유황 성분의 온천수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를 수건으로 닦아내는 것보다 자연적으로 마르도록 시간을 끄는 것이 몸에 좋단다. 그러나 몸도 마음도 바쁜 현대인들이 그런 걸 따질 정도로 한가한지는 모르겠다.

65▲이동 7km 남았다  ⓒ시민기자 서상경

온천지역을 지나자 이동까지 7km 남았다는 표지가 보인다. 도로 옆에는 포천의 특산물 중의 하나인 인삼재배지가 있다. 충청도의 금산, 인천의 강화, 경상도 풍기 등에서 인삼재배가 유명하다지만 포천도 그에 못지않다. 그런데 요즘은 인삼재배보다 사과와 포도, 소와 돼지를 키우는 축산업이 더 번창한 것 같다.

화대리를 지난다. 이곳에도 이성계와 관련된 지명이 남아 있다. 47번국도는 조선을 연 이성계가 장군이었던 시절에 함흥을 오가던 길 중의 하나였다. 화대리의 숫터는 장군이 이곳에서 쉬어갔다고 해서 쉼터라 불렀는데 말이 변하여 숫터가 되었다고 한다. 사직리의 샛터도 비슷한 의미다. 이성계가 함흥에 있을 때 차사들이 왕래하면서 마시던 샘물이 있었는데 그 샘터가 이름이 변하여 샛터가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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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갈비거리  ⓒ시민기자 서상경

이제 거의 종착지에 가까워졌다. 발걸음은 이동면으로 들어선다. ‘이동갈비, 이동막걸리, 백운계곡의 고장’이라는 안내문이 보인다. 이동갈비와 이동막걸리는 전국적으로 소문난 포천의 대표적인 먹거리고 백운계곡은 동장군 축제가 열리는 계곡휴양지다. 이런 시골에 부유한 집에서나 먹을 수 있는 갈비가 널리 퍼진 것은 군인의 힘이었다. 부대로 면회를 온 가족들이 자식에게 고급음식 갈비인들 사 먹이지 못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드디어 도평리 버스 종점에 닿았다. 도평리에서 47번국도는 강원도 철원군 와수리로 이어진다. 신철원에서 올라오는 43번국도와 만나 금강산 가는 길이 된다. 옛 사람들은 고개가 많은 이 길을 흔히 선택하지 않았겠지만, 서울의 동쪽 퇴계원에서 출발하는 여행객에게는 유일한 길이었다. 길은 여행지로 향하거나 물자가 이동하는 통로이기에 이곳을 걸었던 사람들은 한북정맥 산줄기를 따라 운치 있는 여행을 즐기지 않았을까.



* 47번국도 도보여행정보

첫째날 : 음현리 남양주경계~서파사거리 12km, 3시간
둘째날 : 서파사거리~일동농협 13km, 3시간 10분
셋째날 : 일동농협~도평리버스종점 13km, 3시간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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